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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orld Build Korea 해커톤 후기

Pexy 2026. 2. 13. 16:27

지난 6일 월드에서 주관하는 World Build Korea 해커톤에 다녀왔다.

나는 살면서 단 한 번도 해커톤을 한 적이 없었다(명색이 Web3 인간인데).

예전에 UNI-D 해커톤을 나갈 뻔 했는데 신청까지 해놓고 모종의 이유로 못 갔던 기억이 있다. 밤을 샜었나..

 

‘미래의 내가 하겠지~’라는 마인드로 치일피일 미루고 있었는데,

바로 그 전 주말에 있던 KOBAC 행사에서 학회원분들과 해커톤 할래말래!를 외치다가

결국 어쩌다 오게 되었다.

5천달러로 뭐할까하는 상상을 해봤습니다

그래도 웹3 피플인데 한번은 해봐야지…

장소는 누디트 익선이라 참 가까워서 좋았다.

 

건물을 통으로 빌린 웅장한 월드.

들어가서 등록하고, 홍채인식기(Orb) 구경좀 하다가 아래로 내려갔다.

시간을 거의 딱 맞춰 갔는데, 팀원 한 분은 벌써 와계셨다. 일찍일찍 다녀야겠다 ㅎㅎ

위아더 월드

자리잡고 일단 노트북 세팅하고, 각자 생각해 온 아이디어를 좀 꺼내봤다.

나는 월드 ID의 핵심 기능은 봇 방지가 제일 와닿았는데, 티켓팅 플랫폼 이런 건 너무 뻔할 것 같았다.

그러다 톡방에서 얘기한 당근 붕어빵게임에 영감을 받아서 간단하면서도 경쟁요소를 도입한 게임을 만들어보는 건 어떨까란 생각이 들었다.

직접 해본 것도 아니고, 기획만 들었는데도 중독성이 있겠구나 싶었다.

그래서 생각한게 예전에 레딧에서 유행하던 r/Place를 미니앱으로 구현하는 것이었다.

대충 이런 게임

픽셀 보드판 위에서 사람들이 픽셀마다 마음대로 색을 칠할 수 있는데, 다같이 하나의 작품을 만들기도 하고 경쟁적으로 상대의 땅을 지워버리기도 하는 게임이다.

찾아보니까 r/Place 2회차에서는 사실상 봇들이 대부분이었다는 근거도 있어서 스팸 방지가 될 것 같았다.

여기에 월드 푸시알림 기능 넣어서 내 땅이 공격받으면 알림주고 하면 재밌을 것 같았다.

 

그러나 이 아이디어는… 팀원들 반응은 괜찮았는데, 보다 현실에 유용할 만한 프로덕트를 만드는 게 낫다는 결론에 도달해 이 아이디어는 아쉽게 폐기되었다.

근데 지금 생각해보면 미니앱으로 픽셀 클릭하는게 좀 빡셀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그렇게 한참을 아이디어를 고민하던 중 나랑 팀원분 한명이 거의 비슷하게 AI와 관련된 프로덕트를 만들자고 했고, 그래서 정한 아이디어가 ‘사람이 직접 하는 AI 사진 분류 미니앱’ 이었다.

AI가 생성한 데이터로 학습을 시키는 경우가 많아지면서, 데이터 품질이 중요해졌다고 생각했다(안 좋은 데이터로 학습한 AI는 더 안좋은 결과물을 만들고, 그걸 통해 또 학습하고, … 의 무한 반복).

 

우리 팀은 그중에서도 라벨링이 안 되어 있는 이미지 데이터에 주력했다. 라벨링 데이터에 대한 보상 플랫폼은 이미 Web2쪽에 많기도 했다.

AI가 생성한 사진 10장을 주면, 각각이 현실적인(AI가 만든 것 같지 않은) 사진인지 판단하는 어플이었다.

단순히 분류만 하면 재미 없으니까 틴더 스타일 UI를 도입해서 카드 형식으로 구현했고, 유저 다수가 선택한 정답에 가까우면 보상을 주는 방식으로 구현했다.

 

바이브 코딩의 시대지만 한동안 코드 만들 일이 없어서였던 걸까?

구현이 생각보다 빡셌다.

나는 프론트 개발을 맡았는데, 우리 팀이 디자이너가 없다 보니 피그마도 안쓰고 프롬프트로만 개선하려니 막상 쉽지 않았다.

요새 유행하는 프로덕션 스타일의 깔끔한 UI를 가진 앱을 만들고 싶었는데 역량 부족이었던 것 같다.

그래도 어떻게 모션이나 기능들은 잘 구현했고, 백엔드 연동도 잘 했다.

AI한테 그냥 두 코드베이스 던져주니까 알아서 연동하더라… 원래 이게 제일 고역인데 참 좋은 세상이구나 싶었다.

프로토스 유닛같다

중간에 집중 안될 때 월드 ID 홍채 인증도 하고 월드코인도 좀 받았다.

옛날 네이버 블로그 포스팅 보니 6만원 정도였는데 지금은 3만원이 되어버렸다…

 

그 외의 난관은 Vercel 배포를 안해보고, DB를 PostGres로 하다보니 Supabase 같은 솔루션을 써봐야 했다는 것.

이상하게 Supabase 접속이 계속 안돼서 Neon으로 대체해서 해결하긴 했다.

그리고 Vercel env 세팅하는게 생각보다 좀 귀찮았다.

중간에 한 번 데브 주소 잘못 넣어서 갑자기 기능이 안되는 헤프닝도 있었다.

 

그렇게 밤~새 개발하고 나니 어느새 오전 11시 반이었다.

제출이 1시여서 발표 자료는 팀원분들한테 맡기고 쪽잠을 잤다.

조금이라도 안자면 몸이 강제종료 누를 것 같은 느낌? 5초 뒤에 눈떠보니 30분이 지났고, 윗층 가서 케이터링된 식사를 하고 왔다.

월드가 밥은 참 잘 준것 같다(졸릴만 하면 강제로 먹이를 준다).

 

1시부터는 발표 세션이었는데 거의 30팀이 발표를 하였다.

나는 해커톤이 처음인지라 원래 이렇게 많나 싶었는데 다행히 그건 아니라고 하더라.

우리 팀 발표 때 질문이 없는게 아쉬웠다.

 

개인적으로는 팝업스토어 티켓팅 및 인증을 월드 ID로 하는 아이디어가 가장 괜찮아 보였다.

원래 타겟은 팔로워 1K 언저리 인플루언서였는데, 심사위원 분들은 바로 케데헌을 언급하면서 스케일을 크게 보시더라(역시 BD).

 

우승은 VoC를 인앱에서 제공하고 보상을 받는 서비스가 차지했다.

모듈 형태로 앱에 붙일 수 있게 했는데 꼭 앱이라고 B2C에 국한할 필요 없이 B2B 쪽도 괜찮겠다 싶었다.

 

아쉽게 우리는 수상은 못했지만 이렇게 몰입해서 달린 게 너무 오랜만이라 살아있음이 느껴졌다.

크립토 행사는 끝나고 네트워킹하는 게 제일 힘든 것 같다… 내향인 살려

내가 끝날 때쯤 신나서 웃고 있으니까 어떤 분이 나한테 기분 좋아 보인다고 하셨다.

사실 미친 과학자마냥 돌아버린 것이었다.

 

이제부터는 좀 회고스러운 내용을 적자면,

  1. 결국 기술이 해결해주는 근본 문제는 비슷한데, 어떻게 그걸 일상에서 체감될 만하게 풀어내느냐가 중요했던 것 같다. 월드 ID로 치면 인간 증명, 봇 방지로 볼 수 있다. 우리 프로젝트는 개인적으로 이 점이 미흡했다고 생각한다. AI 데이터 분류는 지금 당장 사용자들에게 와닿는 프로덕트는 아니었다고 생각한다.
  2. 좀 급하게 나가다 보니 준비가 많이 부족했다. 사실 해커톤 주까지 팀원들끼리 나간다는 확신이 좀 부족해서 제대로 준비를 못했다. 그러다 보니 현장에 가서 아이디어를 정해야 했고, 좀 더 나은 것들을 고려하지 못했다는 생각이 든다.
  3. 바이브 코딩도 공부해야 한다. 여기서 말하는 바이브 코딩은 단순히 코드만 만들어 내는 것보다, 어떤 아이디어가 생각났을 때 그걸 바로 좋은 퀄리티의 서비스로 만들어내는 일종의 파이프라인이 마련되어 있어야 하는 것 같다. 나는 AI에게 코딩은 많이 시켜봤지만 디자인 쪽은 한 번도 제대로 시켜본 적이 없었다. 단순히 GPT한테 UI, 톤앤매너 뽑아달라 하거나 바이브 코딩 시에 프롬프트 넣는 정도였는데, 이제는 제대로 된 툴을 학습해야 훨씬 효율적인 작업 프로세스가 될 것 같다.

힘든 순간도 있었지만 재밌고 즐거운 경험이었다고 생각한다.